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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봉명동의 플랜트치과 문화센터에서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열리는 문화사랑음악회 장면. 사진=플랜트치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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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을 방문하면 로비나 관객석에서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워 보이거나 어색해하는 관객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적지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 보는데 특별한 격식이나 예절을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닌지 불편해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 일반 대중에게 공연장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이런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생활 속 문화 공간들이 곳곳에 생겨 '문화 향유는 쉽고 즐거운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이런 가운데 지역의 한 치과에서 병원 내부에 문화 공간을 마련해 지역민을 위한 무료 공연 및 전시를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대전 유성구 봉명동에 위치한 플랜트치과(원장 손외수). 플랜트치과는 2009년부터 5층에 문화센터를 마련해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마다 문화사랑음악회를 열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센터를 갤러리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내부를 새롭게 리모델링했다.
손 원장은 10년 전부터 지인을 통해 몇 몇 공연단체를 후원해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메세나의 즐거움을 알게된 손 원장은 대전소방본부 소방사들을 위해 매년 음악회를 열기 시작했고, 이어 3년 전부터는 병원을 찾은 환자나 일반 시민을 위한 문화행사를 개최하게 됐다.
문화사랑음악회의 무대에 서는 공연 단체는 세가지 부류로 정해져 있다. 첫 번째는 학생이나 직장인이 결성한 아마추어 단체, 두 번째는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예술인 및 단체, 세 번째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가수나 단체를 무대에 세우는 것이다.
손 원장은 "아마추어 단체가 늘어나야 생활 속에서 예술을 즐기는 분위기가 확산되는데 지역에는 아마추어 단체가 설 수 있는 무대는 생각보다 적다"며 "이들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동시에 서울에서 활동하는 인지도 높은 예술인을 함께 섭외하면 관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클래식 위주로 펼쳐졌던 음악회는 이제는 대중가요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지금까지 강수지, 해바라기, 추가열, 자전거 탄 풍경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이제 입소문이 나 병원을 찾는 환자는 물론, 병원 부근에 사는 시민들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일정을 확인하고 삼삼오오 모여든다. 매달 공연을 보러 오는 고정관객도 생겼다. 이렇다 보니 공연이 열릴 때마다 500여석의 좌석은 항상 만석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함'이다. 대형 공연장에서 지켜야 하는 특별한 격식이나 예절 같은 것에 얽매일 필요 없다.
그저 편안한 복장으로 병원에 방문해 마음 편하게 예술가들의 무대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소극장 콘서트라 예술인이 연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깊은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공연 중간에 유쾌한 장면이 나오면 관객들은 마음껏 큰소리로 웃고, 즐겁게 박수를 치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병원에서는 공연이 시작하기 1시간 전, 관객들을 위한 식사와 커피도 무료로 제공한다. 문화사랑음악회 단골 관객들의 고정 코스는 이렇다. 공연 시작하기 1시간 전 병원 내 식당에서 잔치국수를 먹은 뒤, 2,3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향기로운 커피를 뽑아 들고 공연장으로 향하는 것이다.
최근 문화센터는 전시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전시를 열기 위해 문화센터 한면을 차지한 유리벽을 막고, 조명을 새로 설치하는 공사까지 마쳤다. 이곳은 지역 예술인 누구나 대관료 없이 전시를 열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3월까지는 이곳에서 대전 중견작가 초대전이 열리기도 했다.
손 원장은 "병원 홍보 목적보다는 시민이 평소 자주 접하기 어려운 문화예술을 가까이에서 즐기고, 병원의 문턱을 낮춰 굳이 아프지 않아도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문화행사를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민아 기자 mina@daejonilbo.com